보도자료

-20대 청년 ‘하지 정맥류’ 급증…-
전체 남성환자의 20％이상 차지


아들을 군대에 보낸 부모는 ‘겨울’이라는 말만 들어도 눈시울이 뜨겁다. 추운 전방에서 온갖 고생을 다할 자식을 생각하면 따뜻한 방안에 있는 것만도 죄의식을 느낀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군 생활 중 병을 얻었다면 그 심정이 오죽할까.

그간 여성·노인병으로 인식돼 온 ‘하지(下肢) 정맥류’가 젊은 남성에도 많으며,이는 군 생활에 원인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서울 강남연세흉부외과(원장 김해균)가 지난해 9∼11월 내원한 환자 516명의 진료자료를 분석한 결과,150명(29%)이 남성이었으며,이 중 20대가 30명(20%)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50대 20명,60대 18명,70대 이상 7명에 비해 훨씬 많은 수치이며 30대 38명,40대 32명보다는 조금 못미치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이런 결과는 20대 남성의 하지 정맥류 발병율이 1%라는 외국의 연구결과는 물론,남성보다 정맥류에 노출되기 쉬운 여성의 경우에도 20대의 유병율이 5% 안팎인 점을 고려할 때 주목된다. 하지 정맥류가 여성이나 노인들의 병이라는 통념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해균 원장은 “최근들어 하지 정맥류가 알려지면서 20대 남성 환자들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과거에도 20대가 전체 남성 환자의 10%이상을 차지했다”면서 “이는 젊은시절 반드시 군복무를 해야 하는 한국 특유의 상황 때문일 것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이는 군대의 고된 신체훈련과 오래 서 있어야 하는 경계근무 등이 하지정맥류 발병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같은 사실은 지난 1980년 국군수도통합병원이 외과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이 논문에 따르면 하지 정맥류로 수술받은 사병 77명을 조사한 결과,전체의 88.9%가 장시간 보초 근무자,무거운 군 장비를 갖고 구보를 자주하는 보병 및 공수부대 요원이었다.

◇누구든지 위험군=하지 정맥류는 다리 정맥 일부가 비정상적으로 확장돼 구불구불해지고 거미줄 모양으로 시퍼렇게 튀어나와 있는 것이다. 발끝에서 사타구니쪽으로 올라가는 정맥에서 피가 꺼꾸로 흐르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판막이 망가져 생긴다.

가장 큰 원인은 오래 서 있는 것이다. 중력의 작용으로 오래 서 있으면 피의 역류를 막는 판막에 압력이 가해져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교사나 학원 강사,판매원,요리사,미용사 등 오랫동안 서서 근무하는 직업,특히 군인이나 카메라 기자처럼 무거운 장비를 들고 서서 일하는 직업군에서 발병율이 높다.

여성의 경우 임신 중 발생해 출산을 거듭할수록,나이가 들수록 악화된다. 30%는 가족력도 갖고 있다. 그밖에 하루종일 앉아 있거나 다리를 꼬고 앉는 습관 등도 정맥류를 부추기므로 주의해야 한다.

◇방치 말아야=하지 정맥류는 초기에 발견하면 혈관을 굳게 하는 주사(혈관경화요법)를 놓는 것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상당히 진행됐거나 허벅지 깊숙한 곳의 정맥 판막이 고장난 경우에는 수술이 불가피하다.

수술은 전통적인 절제술,고주파,피부 레이저 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최근엔 혈관 레이저 수술이 각광받고 있다.

이는 문제가 있는 부위에 삽입한 초소형 관을 통해 레이저를 쏘아 늘어진 혈관을 오그라들게 함으로써 혈액이 흐를수 없게 만드는 방법. 최소 절개로 흉터가 적고 주위 조직 손상이 적은 장점이 있다. 다른 정맥이 혈액 수송을 대신하기 때문에 혈액 순환에도 문제가 없다.

고려대 구로병원 외과 최상용 교수는 “피부 밑으로 푸르스름한 정맥이 하나쯤 비쳐 보이는 것은 괜찮지만,이 정맥이 굵어지거나 여러개로 늘어나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면서 “오래 방치하면 염증이나 피부 궤양 같은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태원기자 twmin@kmib.co.kr